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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Blah

나의 첫월급은 60만원

naggingmachine 2009. 7. 5. 17:22
1999년이네요. 
아르바이트는 아니었습니다. 
하루종일, 주말에도 쉴세없이 일했던 그야말로 풀타임 잡이었습니다. 
휴일없이 30일내내 근무를 했는데, 월급이 60만원.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으니
대략따져봐도 시급이 2,000원도 안되더군요.

다니던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친구들은 군대갈 때,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무언가를 세상에서 배울수 있을까 싶어서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로 결정하고 학교를 휴학했습니다.

첫 월급을 받던날, 펑펑 울었습니다.
기뻐서 울었냐고요?

너무 슬펐습니다.
부모님께 전화해서 너무나 서럽게 울었습니다.
시급이 2,000원도 안되는 현실이 너무 싫었습니다.
'아.. 돈버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월세 방값내고 밥값하고 그랬더니 돈이 없었습니다.
첫 월급 받으면 부모님께 속옷 사드리겠다는 제 약속은
결국 양말 한켤레로 지켜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래가 막막했습니다.
제 꿈을 모두 앗아간 블랙홀과 같았습니다.
빼앗긴 꿈은 다시 돌려받을 수 없는 블랙홀이었습니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냥 한달을 그럭저럭 사는 수 밖에는요.

직장 상사가 그랬습니다.
이렇게라도 살아야 한다고.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이게 어디라니요.

하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왕 시작한거 끝을 봐야 하니까요.

죽도록 생활했습니다.
잠도 안자고 연구했습니다.

월급은 3개월후에 8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리고 일년후에 1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연봉이 1,000만원이 넘는 그때.
또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엄청나게 부딪히고 실패하고 또 부딪히고 겨우 하나 이뤄내고
또 실패하고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보다 조금씩 앞서나가는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단기적으로 세웠던 목표도 이루게되었고
죽을만큼 열심히 하면 안되는게 없구나라는걸
피부로,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계속흘러,
이제는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을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서는 항상 불안합니다.
이런 편안함과 안락함이 오히려 더 불안합니다.

자꾸 뒤쳐지는것 같아 하루에도 여러번 식은땀이 흐릅니다.
뭔가 해야 할것 같아서 불안하고 정신없이 집중하기도 합니다.
주위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이제 편안하게 남들처럼 지내보면 어떠냐고 하지요.

치열한 삶속에서 버텨와서일까요?
스스로를 그런 삶속으로 내보내려는 제 모습이 싫을때도 있지만
그렇게, 세상 사람들과 호흡하며 또 이뤄내며 살고 싶을때가 많지요.

요즘 비정규직 법으로 많이 씨끄러운데,
비정규직으로 근무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네요.
월세 15만원짜리 방에서 쥐와 바퀴벌레를 친구삼아
근근히 하루를 버텨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끔찍하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고. 그래서 세상은 아름다운거라고 믿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루 하루를 버티기 힘든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 하루도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좀더 노력해 보면
결과도 좋겠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정을 진실로 소중하게
여길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지금의 힘든시기가 큰 자산일 될 수 있을거라는
그래서 "이것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버텨낼 수 있으면 합니다.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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