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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파인만의 글..

naggingmachine 2006. 8. 21. 00:30
예전에 읽었던 "미스터 파인만!(부제: 호기심 많은 천재 물리학자의 기발한 모험), 사이언스 북스 출판)"에 보면 역시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인물인 만큼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면이 많이 보인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파인만의 아내였던 아알린의 죽음에 대해서 그가 회상한 부분이 있어 적어보았다.
당시의 나의 심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예를 들어 화성인이 있어서 그들은 사고로 죽지 않는 한 절대 죽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그 화성인이 지구에 와서 칠판십 년 정도 사는 인류를 만난다고 하자. 우리는 우리가 칠판십 년 후에는 누구나 죽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연적인 죽음이라는 것이 없는 화성인이 보기에는 단지 잠시 동안만을 이 세상에서 살다 죽는 인간들이 엄청난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을 것 같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죽음을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와 아알린과의 경우가 다른 사람들의 경우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단지 다른 사람들이 오십 년을 함께 살 때 우리는 오 년을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죽음과 관련된 심리적인 문제는 결국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오십 년 씩이나 사니 우리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운이 없단 말인가? 신은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드셨는가? 우리가 무엇을 잠롯했길래 이렇게 되엇는가?> 하고 말하는 것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어리 식은 짓일 뿐이다. 우리가 삶의 현실을 바로 이해하고 이를 진정 가슴 속으로 받아들이면 이런 것들은 해답이 없는, 그래서 질문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 문제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단지 인생에서 일어나는 한 순간의 우연일 뿐인 것이다.


중학교 때였나?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외할머니께서 굉장히 많이 아프셨었다. 처음에 병원이 입원하실 때에는 무릎 통증 때문이었는데, 그 무릎 통증을 낫게 하려고 수술을 했다가 병원에서 합병증에 걸리시는 바람에 상황이 많이 안좋아 지셨다. 당연히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쪽 식구들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고 나 역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마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날 하루는 어머니와 외삼촌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면서 얘기하시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 난 거실에서 자다가 잠을 깬 상태였지만, 두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어머니와 외삼촌은 할머니가 돌아가실것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앞으로 어떻게 장래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얘기를 하고 계셨다. 서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그때 난 생각했다. 누군가 허무하게 세상을 뜨는 것보다는 남은 이들에게도 슬퍼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그 시간이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은 외할머니가 우리 식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외할머니가 정말 날 많이 이뻐해주셨는데,.... 할머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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